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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프로젝트
왕벚프로젝트2050을 방문하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나무 공부를 하면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깊이 묻게 되었습니다. 왕벚나무 말고도 나무에 대한 논란은 많으니까요. 그런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안다고 하는 것은 자기를 그 안다는 성에 가두는 것이고, 남을 배척하고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소리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안다고 하지만, 나를 찾아봐야 허공 중에 구름만 떠다닐 뿐 결국 너를 보며 나를 느끼는 것이고, 알고 보면 나는 너로 이루어져 있고 세상으로 맺어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이 땅의 산천초목도 나의 얼굴입니다.
우리가 왕벚나무 복원 사업을 하는 것은 소메이요시노벚나무를 배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인간의 잘못을 바로잡자는 것입니다. 이 땅은 이미 외래종으로 많이 교란되고 있고 유전자 오염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산천초목이 우리의 얼굴이니 벚꽃도 우리의 얼굴입니다. 벚나무의 꽃잎은 우리 아이들의 밝은 이마를 닮았고 꽃받침은 발긋발긋한 볼을 닮았습니다. 산천초목이 우리 선조들을 입히고 먹여주고 재워주었으며 또 우리 선조들은 죽어서 산천초목을 기름지고 싱그럽게 키운 이 땅입니다.
우리가 일본 벚나무를 싫어하거나 일본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자존감을 찾자는 것입니다. 과거 일본이 아무 잘못이 없는 우리나라에 쳐들어와서 이 땅을 유린하고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도탄에 빠뜨렸을 때 그 바람을 타고 소메이요시노벚나무를 들여와서 이 땅에 퍼뜨렸습니다. 그 후에도 아픈 역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메이요시노벚나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얼굴이 유전적으로 오염되는 것이 싫다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을 울부짖게 한 소메이요시노 바람이 싫다는 것입니다.
벌써 많이 늦었습니다. 이 땅의 아름다운 벚나무들이 얼마나 많이 소메이요시노벚나무의 유전자로 오염되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이래서는 고통을 겪었던 조상들에게 면목이 없고 밝게 자라날 아이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지 않겠습니까? 우리 조상들은 이미 힘도 없고 돈도 없고 기술도 없던 일제 강점기에 미국에서 우리 왕벚나무 복원 행사를 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왕벚복원프로젝트는 소메이요시노벚나무가 싫다던가 일본을 배척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에서 잘못을 당한 자는 잊지 말아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자는 깨끗하게 씻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뜻있는 일본인들의 협력도 바랍니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얼굴은 우리가 깨끗이 가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근본 없이 변하는 것도 없습니다. 벚나무들은 자연스레 살지만, 우리 바탕은 우리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이성을 가진 인간에게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권리입니다. 나무도 자기가 진화한 장소가 있고 수천 년 수만 년 자라온 자리가 있습니다. 인간이 함부로 옮기는 행위는 이들의 평화를 교란하는 폭력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우리 얼굴을 싱그럽게 가꾸고 나면 우리는 밝은 마음에 일본으로 벚꽃놀이를 갈 수 있고,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벚꽃놀이를 하러 올 때도 우리는 거리낌 없이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벚나무 복원 사업을 계기로 유라시아 대륙의 바람과 태평양의 바람이 오가는 이 땅에서 화사하게 피어날 벚꽃처럼 우리와 일본의 관계도 밝아져 세계의 미래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2년 8월 왕벚프로젝트2050 회장 신준환
